6대도시 화재 신고- 출동- 진화시간 GIS이용 첫 분석
[동아일보 2006-02-10 10:25]
지난해 12월 8일 인천 서구 석남동 A물류 야외 적재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화재 발생 신고 시간은 오전 9시 12분. A물류에서 불과 4km 거리에 있는 인천 서부소방서 석남파출소 소방차는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있었다. 1시간 45분 만에 불길이 잡혔지만 1억5600여만 원어치의 재산은 잿더미로 변한 뒤였다. 석남파출소 관계자는 “출근 시간대에 도로가 복잡해 화재 현장 도착 시간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화재 신고를 하면 몇 분 만에 소방차가 달려올까. 또 얼마나 빨리 소방차가 달려와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본보는 소방차의 화재 현장 도착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대 도시에서 지난해 발생한 화재 1만1077건의 신고 시간, 화재 현장 도착 시각, 진화 시간, 재산 피해액 등을 분석했다. 도시나 구, 동네별로 편차가 컸다.
지역별 평균 도착 시간은 서울이 4.1분으로 가장 짧은 반면 부산 6.4분, 대구 5.5분, 광주 5.2분, 인천 4.8분, 대전 4.4분 등이었다.
서울에서 영등포구 주민은 가장 빠른 평균 3.2분, 노원구 주민은 가장 늦은 평균 5.6분 만에 소방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6대 도시의 구별 평균 도착 시간을 살펴보면 영등포구가 가장 빨랐고, 부산 기장군은 9.9분으로 가장 늦어 그 차이는 6.7분이나 됐다.
소방차의 도착이 늦을수록 진화 시간이 길어졌다. 화재 신고 이후 1분 만에 현장에 도착할 경우 평균 진화 시간은 6.2분이었다. 도착 시간이 1분씩 늦어질 때마다 평균 진화 시간도 조금씩 늘어 도착 시간이 5분이면 평균 진화 시간은 8.5분이 됐다.
도착 시간이 6분으로 바뀌면 평균 진화 시간은 11.5분으로 3분이나 늘었다. 이는 도착 시간이 1∼5분일 때의 평균 진화 시간 차(2.3분)보다 크다.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국 캐나다 등 소방 선진국은 출동 시간 지침을 갖고 있다. 이는 일반인이 진화하기 힘들 정도로 불길이 확산되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 현상이 나타나는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 국가의 소방서는 대개 신고 후 6분 이내 도착을 목표로 삼고 있다.
본보 조사 결과를 기초로 한 한국의 플래시 오버 시간은 5분이다.
경원대 소방시스템과 박형주(朴炯柱) 교수는 “도착 시간이 5분에서 6분으로 넘어가는 순간 화재 진화 시간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한국의 플래시 오버 시간은 5분으로 봐야 한다”면서 “소방 당국은 신고를 받고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6대 도시의 지난해 5분 내 도착률은 평균 53.2%로 절반이 조금 넘었다.
‘1분이라도 더 빨리’라는 구호를 내건 소방서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소방 당국엔 플래시 오버 관련 규정이나 지침이 없다.
:플래시 오버(Flash Over):
화재가 나 실내 온도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불이 순식간에 전체로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영화 ‘분노의 역류’나 ‘리베라 메’에서 작은 불씨가 산소를 머금고 있다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하는 장면은 이 현상을 잘 보여 준다. 플래시 오버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 화재를 진압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